새해 벽두부터 여러 반사회적인 사건으로 사회가 소란스럽다. △인질 삼은 의붓딸 가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40대 남성 △구토한 어린이를 달래주기는커녕 다시 그것을 집어 먹게 한 어린이집 교사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출발한 비행기를 돌려 세운 대기업 총수의 장녀.

이처럼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무시하고 침해하는 사람들에 대한 우려와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인성 교육 강화부터 사형제도 부활까지 여러 예방책이 제시되고 있는데, 이에 앞서 과연 이들은 어떤 존재인지부터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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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에게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지녔다고 할 수 있을까?

일부에서는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로 나눠서 분류하기도 하지만 정신의학에서는 이들 모두를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규정한다. ‘정신질환 진단과 통계 편람(DSM-5)’에 따르면 이들은 사회적 규범을 따르지 않고, 사기성이 있으며, 충동적이고, 무책임하고, 무모하며, 후회나 죄의식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모습이 보통 청소년기 때부터 나타나 인생 전반에 걸쳐 지속된다.

이런 특성을 한 마디로 정의해보면 한 책의 제목처럼 ‘공감 제로(zero)’이다. 공감을 뜻하는 영어 ’empathy’의 기원은 그리스어 ’empatheia’인데, 이는 ‘외부에서 감정 속으로 파고 들어가다’ 혹은 ‘다른 사람의 감정, 열정, 고통과 함께 한다’라는 의미이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는 도통 관심이 없고 자신의 이익만이 중요하기에 별 다른 거리낌 없이 사회적 통념을 ‘반(反)’하는 것이다.

이들의 뇌는 감정 조절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영역 부피가 약 18%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에게 공감, 후회, 죄의식과 같은 친사회적인 감정은 딴 세상이야기인 것이다.

이런 특징은 피부 전도 반응(SC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가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긴장하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 한다. 이로 인해 몸에 땀이 나면 피부의 물기는 전기가 전달되는 속도를 빠르게 한다. 그러나 반사회성 인격장애인 사람들의 경우 자신이 잘못했던 일을 이야기 할 때 일반인에 비해 피부 전도 반응이 낮게 측정됐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원인은 무엇일까?

많이 언급되는 원인 중 하나로 ‘MAO-A(모노아민산화효소)’라는 유전자가 있다. MAO-A 유전자는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분해하는 MAO-A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런데 2002년 영국의 한 연구진이 이 유전자의 활동이 낮은 어린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반사회적인 문제를 더 많이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했다. 이후 MAO-A는 공공연히 ‘나쁜 유전자’ 혹은 ‘투사(warrior) 유전자’로 불리며 반사회성 인격장애를 일으키는 유전적 원인으로 소개됐다.

선천적 원인과 관련해 뇌 영상 연구도 자주 언급된다. 이들 뇌에서 의사 결정이나 행동을 조절하는 전전두피질의 이상 소견이 여러 차례 보고됐기 때문이다. 전전두피질의 회색질 부피가 감소했는 데, 이는 공격적인 사람이나 병적인 거짓말쟁이들의 뇌에서 나타나는 양상으로 볼 수 있다.

또 기능적 뇌 영상 연구에서도 이곳의 활성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전두피질의 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하면서 이들이 충동적으로 공격적인 언행을 보이는 것으로 추론된다.

그러나 이런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된, 즉 선천적인 것으로 결론 내리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앞서 소개한 MAO-A 유전자 연구와 관련해 흔히 간과되는 내용이 학대와 같은 환경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릴 때 부모의 양육이 가혹했거나 관심 받지 못하고 방치됐을 때에 MAO-A 유전자의 활동이 낮은 집단에서 훗날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나타났던 것이다. 요컨대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발생에는 유전자와 환경이 상호 작용함을 알 수 있다.

부모로부터 학대받고 방임 속에서 자라난 어린이는 처음 부딪힌 인간관계에서 안정감을 경험하지 못했기에 다른 사람들과도 애착을 쉽게 형성하지 못 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 지에 대해 관심이 없기 때문에 쉽게 피해를 끼치거나 스스럼없이 무시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공감에 기초한 양육을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발달하지 않은 공감 회로가 반사회성 인격 장애의 후천적 요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반사회성을 시사하는 소견이 어릴 적부터 나타나는 만큼 일부에서는 조기 개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실제 3세 때 공포 학습이 잘 이뤄지지 않은 아이들이 20년 뒤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난 연구가 있다.

심지어 생후 5주 아기들이 사람의 얼굴을 덜 선호할수록 성인기에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냉혹하고 무감각한 기질이 높게 나타난 연구도 있다.

하지만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어떤 생물학적 지표를 사용할 지, 의학적 개입은 누가 결정할 지, 시행 여부를 강제로 할 지 등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고 위험군에 대한 조기 개입과 관련해 많은 논쟁이 있을 수 있다. 중요한 사실은 과거의 통념과 달리 인간의 뇌는 플라스틱처럼 변형이 가능한 가소성(plasticity)을 지니고 있는 점이다. 사회적 지지와 적절한 도움을 통해 환경을 바꾸면 이들의 기질 역시 변화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잔인한 범죄자 ‘사이코패스’가 아닌 ‘소시오패스’를 만날 때가 더 많은데, 이때는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해보자. 이들이 당신을 도발하며 적개심을 불러일으킬 때 냉정함을 잃지 않아야 한다.

물론 이렇게 반응하기란 매우 어렵고 많은 인내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부정당한 이들의 삶을 공감하며 부정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때 역설적으로 이들과 신뢰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반사회성 인격장애에 대한 이해가 이들의 범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이들이 사회의 안녕을 저해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끼친 부분에 대해서는 반드시 합당한 법의 심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반사회성의 원인이 선천적인 생물학적 특징과 불우한 후천적 환경에서 비롯하는 만큼 사후 처벌 일변도가 아닌 사전 예방을 같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늘어나는 반사회적 사건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만 돌리지 않고 사회 전체가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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