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는 미국 사람 자수성가 형 부자인 자영업자 A씨가 있습니다. 그가 투자로 벌어들이는 소득은 얼마인지도 현재 자산이 얼마인지도 알 수 없으나, 다만 사업체에서 벌어들이는 연소득이 세후로 한화 추산 40억이 넘는다는 정도만 알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 언젠가 하는 이야기가 자기는 새 차를 절대 사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가 1-2년 정도 잘 탄 중고차를 사면 차량 구입 초기의 현격한 감가상각으로 인한 재산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A씨의 차는 본인이 주로 타는 렉서스의 대형 SUV인 LX570이 있고, 와이프용으로 캐딜락의 대형 SUV인 에스컬레이드, 그리고 주말에 타는 아우디의 스포츠카인 TT였습니다. 제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것은 어지간한 사람 몇 년치 연봉에 해당하는 차를 타면서 세상에 몇 푼의 감가상각이 아까 와서 차 살 때 매번 중고차만 산다니 희한한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1억짜리 새 차를 안 사고 1-2년 된 중고를 사면 7-8천만 원이면 되겠지만 일년에 40억 원 이상 버는 사람이 연수입의 0.7% 정도인 2-3천만 원을 아끼려고 중고를 탄다니 그 생각이 이해가 되십니까? 적어도 저는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이런 사람의 사고를 이해하게 도와준 책이 있습니다.

바로 1996년 미국에서 출간된 ‘The millionaire next door(부제 : The Surprising Secrets of America’s Wealthy)라는 책입니다. 직역하면 ‘옆집에 사는 백만장자, 미국의 부자들의 놀라운 비밀’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국에서는 2002년에 <이웃집의 백만장자>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재산 10억에서 100억의 부자들에 대해서 주로 기술하고 있는데 이 정도의 부의 수준이 일반인이 장차 이룰 가능성이 있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기준에 의하면 미국의 전체 가정 중 3.5%가 여기에 해당됩니다. 여기 나오는 부자들은 한화로 계산해서 평균 40억 원 정도의 재산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 언급한 A씨는 이들과 비교해서도 상위권의 부자에 속하겠습니다만 어쨌거나 이 부자들이 차를 구입할 때 대다수가 중고차를 산다고 합니다. (소수는 신차도 사고, 수입 외제차를 타고 다닙니다.) 또한 87%의 부자가 평생 할부로 차를 구입하거나 리스한 적이 없다고 하고 있는데 이 말은 중고차를 현찰로 구입한다는 이야기입니다.

 

A씨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은 결국 지금 현재의 재산을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40억 연봉자의 3천만 원은 별다른 큰 돈이 아닐지 모르지만 40억 연봉자가 처음부터 40억을 벌었던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보통사람처럼 수천만 원의 연봉으로 시작했을 것이고, 이 때부터 이미 부자가 되는 습관이 있었을 것입니다. 감각적으로 차를 리스하거나 할부를 해서 이자와 수수료를 물면 재산이 손해가 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기 때문에 현찰로 차를 사는 것을 고집했을 것이고, 현찰을 주고 차를 사더라도 새 차를 사면 초기 몇 년에 큰 폭의 감가상각이 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므로 1-2년 된 중고차가 최선의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차를 사면서 할부로 사는 보통 사람들은 현찰이 있었으면 현찰로 사겠지만 돈이 없어서 할부로 산다고 변명할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재정 전문가들은 새 차를 현금으로 살 돈이 없으면 돈을 모은 다음 자기 수입에 맞는 중고차를 사라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이미 예전의 제 글 ‘새차를사면절대로안되는이유’에서 기술한 바가 있습니다.

 

하여간 미국에서도 길을 다니거나 쇼핑몰의 주차장에 가보면 번쩍번쩍 빛나는 고급차들이 즐비한데 미국에서도 부자의 비율이 겨우 3.5%라지만 고급차의 비율은 이보다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특히 상당수의 부자들이 고급차가 아닌 일반 브랜드의 차를 탄다고 보면 고급차의 비율은 확실히 부자의 비율보다 훨씬 높습니다. 그럼 이 고급차들은 다 누가 타는 것일까요? 또 다른 책인 Stop Acting Rich(부자인척 살지 마라)에 의하면 거리에 돌아다니는 고급차의 80%는 부자가 아닌 사람들이 탄다고 합니다. 좀 과장되게 말하면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부자를 흉내내면서 살아서 결코 부자가 되지 못하고, 부자들은 부자가 아니었을 때부터 부자가 되는 습관을 가지고 살아서 결국 부자에 도달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 한국과 유럽에서 자유무역협정이 체결이 되어서 관세가 내리면서 물건 값이 다 내리는데 명품은 내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비쌀수록 잘 팔리기 때문이라고 하는군요.

 

명품 쓰니 행복하십니까… 年 5兆 ‘봉’ 노릇한 당신

 

“한국만 오면 4배 뻥튀기”…명품에 중독된 코리아

 

예전에도 이런 이야기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줄 알았더니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문제가 심화되는 것 같습니다. 부자는 부자임을 드러내기 위해 명품을 입고, 부자가 아닌 사람은 부자처럼 보이기 위해서 명품을 입고 뭐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이런 뉴스도 보았습니다.

 

 

억만장자의 자동차가 800만원짜리?

 

 

기사내용은 워런 버핏이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은 세계적인 부호들이 의외로 염가의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검소한 부자가 있고, 미국에서도 돈을 물쓰듯 하는 부자도 있어서 한국과 미국의 문제가 아니지만, 부자의 정의는 돈을 많이 쓰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많이 가진 사람입니다. 당연히 부자도 일반인은 상상도 못하는 고가 사치품을 삽니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소비가 자신들의 재정 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있고, 큰 손해를 감수하는 소비는 하지 않습니다.

 

 

이런 부자가 되는 습관의 첫 번째인 분수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를 한다는 것에 더해서 몇 가지만 더 부자와 가난한 자의 습관을 소개합니다.

둘째는, 부자가 되지 못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내일의 소득을 오늘 쓰는 것’ 즉, 빚을 내는 것이라면 부자들의 특징은 ‘오늘의 소득을 내일을 위해 투자하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에 나온 부자들의 평균 연봉은 2억 8천만 원 정도인데 이는 이중 5%는 연봉이 10억이 넘기 때문에 평균이 올라가서 나온 수치인고, 부자 중에서도 절대 다수인 절반 이상은 연봉이 1억 5천만 원 이하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평균적으로 연평균 소득의 20% 정도를 투자한다고 합니다. 제 추산으로 35-45% 정도는 세금으로 들어가므로 실제 소비에 사용되는 돈을 계산해보면 연봉의 절반 이하로 생각됩니다. 제가 구매력 가치로 환산해서 다시 계산을 해보니 한국에 있다는 것으로 가정한 전형적인 미국의 부자의 모습은 이렇습니다. 연봉은 9천 200만원이고, 한 달에 340만원을 소비하고, 150만원 정도를 미래를 위해 투자합니다. 이렇게 해서 조사 대상자의 80%가 당대에 순자산이 10억 원이 넘는 부자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수치는 부자들의 현재의 모습입니다. 이들이 부자가 되기 전에는 더 적은 돈을 벌었을 것이고, 비율적으로 더 많은 돈을 부를 이루기 위해 투자했을 것입니다.)

셋째로 음주나 흡연도 이런 부자가 되지 못할 사람들의 전형적인 습관입니다. 이 책에서 나오는 예로 둘이 합해서 하루에 세 갑씩 흡연한 부자가 아닌 보통 부부가 있었습니다. 이들이 46년 동안 흡연에 사용한 금액을 계산해 보았더니 한화로 3천 5백만 원 가량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만약 이 돈을 투자했다면 얼마나 돈이 불어났을까 계산해보니 20억 원 이상을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즉, 부자는 작은 돈도 아낀다는 것이지요.

넷째로 돈을 못 모으는 사람은 돈을 쓰는 곳을 연구하느라 시간을 보내고, 돈을 모을 사람은 돈을 투자하는 곳을 연구하느라고 시간을 보낸다고 합니다. 부자가 못 될 사람은 한달 평균 4.6시간을 투자에 관해 연구하는데 소비하고, 부자가 될 사람은 27시간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한가지가 부자들의 2세 교육에 관한 내용입니다. 평균적으로 부자 1세대들은 자영업자가 많았는데 2세대들은 더 좋은 교육을 받고, 교수, 변호사, 의사 등이 된 사례가 많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2세대들은 부자였던 집안 환경에 길들여져서 소비에 더 적극적이고 그 결과 부모만큼 돈을 모으지 못한다고 합니다. 한국 속담에도 있는 ‘부자 3대 못 간다’는 것이 적어도 일부는 이런 소비 행태가 바뀌면서 생기는 함정과 관련이 있지 않은가 합니다. 부자는 자식의 교육에 있어, 표면상의 화려한 스펙을 쌓아주는 것 이외에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절제의 미덕도 함께 전수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예전에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십 년도 더 된 낡은 구두를 신고 다녔다는 말을 듣고 재벌 우상화(?)를 위해 만든 신화인줄 알았습니다. 차라리 이건희 회장이 수십억짜리 스포츠카를 다수 소유하고 있다는 말이 오히려 솔직하게 들렸습니다. 그런데 이게 바로 1세대 부자와 2세대 부자의 차이이더군요. 1세대 부자는 부자가 되었지만 부자 되는 습관이 남아있다는 말입니다. 여러분도 주위의 자수성가형 부자를 한번 살펴보시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아직 부자가 아니라면 그들의 습관을 배워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