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가 아니라 자동차 디자인계 최고의 거장이자 스타이며 위대한 검객이라 할 수 있는 크리스 뱅글과 그의 칼솜씨에 대한 이야기다. 평소 자동차 사진을 찍으면서 크리스 뱅글이 그려 낸 자동차들에서 느꼈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 주시기를 바란다.

크리스 뱅글을 위대한 검객, 사무라이라고 지칭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바로 그가 그려낸 자동차들에서 강렬한 선들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필자가 보기에 그것들은 마치 위대한 검객의 화려한 칼 솜씨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또한 크리스 뱅글이 검을 휘두르는 모습을 상상해 보면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에서 파란 눈을 가진 서양인인 톰 크루즈가 사무라이가 되어 가는 모습도 떠 오른다. 이런 생각들을 머리 속에 그리다 보면 크리스 뱅글이 의외로 톰 크루즈 못지 않은 강한 캐릭터와 멋진 외모의 소유자임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현재 BMW 그룹 디자인을 총 책임지고 있는 디자인 수장 크리스 뱅글은 너무나 새롭고 혁신적인 디자인의 BMW를 그려낸 장본인이다. 지금의 7, 5, 3, 그리고 Z4와 X3, 1 시리즈등이 모두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필자는 이 모델들에서 예리하게 날이 선 칼날의 흔적을 많이 발견하게 되는데 이들 중에서도 특히 5시리즈와 Z4는 그 백미라 할 만하다. 이들에서는 흔히 에지라고 부르는 칼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칼날의 흔적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무엇이 있다는 점이 그의 터치를 더욱 매력적이라고 평하게 되는 부분이다.

날을 넣게 되면 우선 한 개의 평면(혹은 곡면)이 두 개의 면으로 나뉘어진다. 이 때 단순히 나눔 이상의 의미를 갖는데 그것은 바로 면의 새로운 해석이다. 좀 더 설명하자면 우선 자동차 외관을 구성하고 있는 면들은 대부분 거울(검정색 면은 아주 잘 반영하는 거울이고 은색이나 흰색은 반영이 잘 되지 않는 거울이다.)의 기능을 한다. 따라서 면에는 시선의 반사각 너머에 있는 사물 혹은 풍경이 비치게 된다. 그런데 칼날을 넣게 되면서 생기는 두 개의 면은 거의 대부분 약간 각도가 달라지게 되는데 이로 인해 면의 끝 부분인 칼날 부분으로 풍경이 모이는 현상이 발생한다. 물론 이 때도 칼날의 위치와 각도에 따라서 정도는 다르다.
오랫동안 자동차 사진을 찍어 오면서 자동차 차체의 면과 각도를 잘 살펴보면 일상적인 시선에서 그 면과 선의 각도와 위치가 아주 잘 조화되는 차가 있는가 하면 캐릭터 라인을 넣었지만 면과 각도가 잘 조화되지 않는 차들도 많이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차들 중 선과 면의 조화가 가장 멋진 차가 바로 BMW 5시리즈와 Z4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먼저 5시리즈의 옆 면을 살펴보자.
어깨 부분에 헤드 램프에서 리어 램프로 이어지는 긴 칼날을 만날 수 있다. 이 선은 크리스 뱅글 검법의 대표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오목 거울 만들기 검법’의 전형으로 그 선의 윗면을 오목한 곡면으로 처리하여 오목 거울의 역할을 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매력적인 것은 그 방향이 항상 하늘을 향하게 되어 있어 이 면은 (고층 빌딩이나 높은 타워 사이만 아니라면) 늘 깨끗한 단색이면서도 그라데이션이 더해져 빛의 각도에 따라 화려한 모습을 만든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아래 넓은 면을 지나 도어 아래쪽 끝 부분쯤에 다시 칼날을 넣었다. 역시 오목거울 만들기 검법으로 이번에는 짧고 더욱 뾰족하게 칼날을 넣음으로 칼날 바로 가까운 윗면에서만 하늘을 반영한 강한 그라데이션을 만들어 준다. 동시에 그 아래 면의 각도를 땅을 향하게 하여 늘 어두운 면을 만들어 차에 무게감을 더하는 역할도 한다.
5시리즈의 옆면은 이 두 개의 칼날이 만드는 캐릭터가 아주 강하지만 그 것만으로 크리스 뱅글을 위대한 검객이라 칭하기에 무언가 부족함이 있다. 그 부족함을 채우는 검법의 진수는 위 아래의 칼날 가운데서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넓은 면이라 할 수 있다. 위쪽 칼날 윗면이 오목 거울이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칼날 바로 아래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넓은 볼록 거울을 만들고 다시 아래 부분에서 강한 오목 거울을 만들고 있다. 넓은 볼록 거울은 반사 각 너머에 있는 풍경을 담을 때 마치 소프트 처리라도 한 것처럼 부드러운 풍경을 만들어 주며 그 아래 깊게 파인 오목 거울이 시작되는 지점에서는 빛이 모이면서 색이 짙어져 강한 인상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다시 오목 거울의 끝 부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하늘을 반영해 밝은 면을 만들어 준다.
이처럼 예리한 칼날과 오목과 볼록이 연속되는 면의 오묘한 굴곡이 조화를 멋지게 이룬 5시리즈는 적당한 빛과 풍경 속에 있을 때 빛이 만들어 내는 아주 멋진 한 폭의 그림을 차체 옆면에 담게 된다.
대표적으로 옆 면에 대한 설명만 하였지만 보닛 위를 흐르는 선과 매의 눈을 한 헤드렘프 주위를 감싸는 선, 그리고 트렁크 리드와 펜더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오목 거울 만들기 검법을 적용해 수 많은 면들이 모두 개성 있는 캐릭터를 가지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Z4를 살펴보자.
Z4에서도 역시 오목 거울 만들기 검법은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옆 면의 위와 아래에서 5시리즈에서 보았던 칼날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Z4에서는 차의 성격에 맞게 그 위치와 모양이 바뀌었다. 또한 그 두개의 라인 가운데 면을 볼록과 오목이 연속된 면으로 처리한 방식도 5시리즈와 유사하다. 하지만 Z4에서만 찾을 수 있는 크리스 뱅글 검법의 백미는 바로 쾌걸 조로가 울고 갈 ‘Z 검법’이라 할 수 있다. 일본에 닌자나 사무라이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달타냥과 삼총사,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는 쾌걸 조로가 있지 않은가? 특히 조로는 적을 무찌르거나 도적질을 한 후 칼로 자기 이름의 이니셜인 ‘Z’자를 새겨 놓음으로써 자신을 알리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가 크리스 뱅글의 Z 검법을 보았다면 그 화려한 칼 솜씨에 크게 기가 죽었을 것이 틀림없다.
이제 Z 검법을 살펴보자.
Z4를 상징하는 Z자는 앞쪽 펜더와 도어 사이에 위치하는데 돌출된 원형 사이드 턴 시그널을 교묘히 통과하는 사선을 더함으로 멋진 Z자를 완성하고 있다. 이 Z 검법도 역시 오목 거울 만들기 검법의 응용 기술임을 앞서 말했는데 자세히 살펴 보면 위의 칼날 아래면이 오목에서 시작해서 볼록으로, 그리고 다시 오목으로 연결되는 점과 그 아래 칼날이 직선이 아닌 아주 개성강한 곡선이라는 점에서 그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사무라이 크리스 뱅글의 칼솜씨가 진일보해 더욱 화려해진 것이다.
굳이 이 Z 검법에서 옥의 티를 찾자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도어의 세로 선을 처리할 방법이 없었다는 점이다.지난 디트로이트 모터쇼 때 마쯔다 부스에서 예리한 칼날이 살아있는 마쯔다의 스포츠 컨셉트카 카부라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던 더 라스트 사무라이 크리스 뱅글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밟힌다.

1줄 요약: 뱅글의 디자인은 처음엔 애증의 대상이었으나……아우디, 폭스바겐등등 다른 회사들도 비엠의 디자인 따라하기 바쁘다….결국엔 그가 선구자였단 얘기올시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