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북경에서의 나비’: 자신이 디자인했던 NSU Ro80안에서 활짝웃고 있는 BMW 전 수석디자이너, 클라우스 루테. 2001년 1월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러몰드’ 전시회에서.]
2.[Bangle 과 X-coupe]

3.[Adrian van Hooydonk과 6씨리즈]

 

 

 

BMW와 나비효과(3):BMW를 영원히 바꾼 몇가지 사건들

5. BMW의 급선회: 새로운 세상을 향해-
새로운 경영진을 맞이한 BMW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 세계적인 추세를 따라 기존의 소량 생산의 고급 브랜드에서 대량 생산의 다양한 차종판매를 꾀하게 되었다. 즉, 로버의 인수 실패로 타 브랜드를 통한 사세확장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고 BMW브랜드를 통한 확장이 시작되었다. 원래의 3,5,7, 8씨리즈, 고성능 디비젼인 M씨리즈정도의 차종만 보유하던 고급브랜드에서 이제는 1씨리즈(2004년 출시), 2씨리즈(2005년 이후), 3씨리즈, 4씨리즈(2005년 이후), 5씨리즈, 6씨리즈(2004년 출시), 7씨리즈, Z4(2003년 변경), Z8, M디비젼(모든 씨리즈에 도입이 될듯), 그리고 SUV인 X3, X5까지 만들 정도로 차종의 폭을 대폭 넓혔다.

이렇듯 구 경영진이 물러나고 새로운 사세확장이란 시점에서 BMW에 다양해져 가는 차종을 구분할 수 있고 21세기에 경쟁사들의 격심한 도전에 차별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 방향이 요구되었으며 바로 그 자리에는 마침내 라이츨레의 견제가 없어진 크리스 뱅글이 있었고, 2002년에 나온 BMW 7씨리즈는 세계적으로 극심한 디자인 찬반양론을 가져왔으나 그것은 BMW 디자인 변화로 상징되는 회사 경영변화의 시작에 불과했다. 이리하여 한 수석 디자이너의 살인 관련으로 인한 뜻하지 않은 퇴진과 한 최고경영자의 무리한 욕심에 의한 경영난은 BMW를 완전히 바꾸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던 이 9년간의 시차를 둔 이 사건들은 나비 효과에 비유할수 있지 않을까.

6. 그날 이후…
2001년 1월초. 눈발로 덮인 추운 디트로이트의 코보홀에서 세계 자동차 업계 경영인들에게는 메카순례와 같은 North American International Auto Show (NAIAS), 즉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열리고 있었다. Press day라고 불리는, 세계 언론과 업계 관계자들만이 출입하는 날, 포드사의 고급 브랜드 총괄 부서인 PAG(Premium Automobile Group)의 총책임자 볼프강 라이츨레 박사는 BMW 전시장을 들렸다가 앞에 놓인 한 컨셉트카를 보고 놀랬다. 그것은 다름아닌 컨셉트인 X coupe였다.

옛날 루테가 디자인했던 직선적인 BMW의 모습은 완전히 가고 뱅글 지휘하에 만들어진, 마치 피카소의 그림을 보듯 다면적인 디자인을 처음 보게 된 것이다. 라이츨레 박사는 더 이상 BMW 소속이 아니였으나 앞으로도 BMW출신으로 불리울 것이고 한때 그가 지도했던 회사였다. 또한 그는 뱅글의 새로운 디자인을 냉소적으로 보고 있었고, X coupe은 그런 그의 뒷통수를 때리는 듯한 작품이였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는 X coupe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한다.
‘내가 [BMW에] 있었으면 계속해서 [뱅글에게] 재갈을 물리는 건데…’

얼마후 라이츨레는 포드내의 분규에 휘말려 사임을 하고 독일 엔지니어링 회사인 Linde AG 의 회장으로 옮겨간다. 비록 자동차 회사는 아니였지만, 그가 원하던 최고의 위치에 서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도 그에게는 가능성이 남아있다. 피체스리더 회장처럼.

2002년 4월, 유럽 자동차 업계의 거인인 독일 폴크스바겐(Volkswagen AG, 이하 VW)은 자회사인 SEAT의 베른트 피체스리더 회장을 모회사의 피에히 회장에 이어 후임 회장으로 임명한다. 2년전인 2000년, BMW를 떠나있던 그를 일찌감치 눈여겨 보던 포르쉐 가문출신의 피에히 회장에 의해 VW에 스카웃되어 온 전직 BMW회장은 이렇게 하여 자신이 평생 몸담아오던 회사의 정반대 진영 선두에 서게 되었다. BMW의 생리를 너무도 잘 아는 피체스리더가 국민차 브랜드로 유럽최강의 회사이자 고급차 브랜드에 막 신경을 쓰는 잠재적인 도전자인 VW그룹의 회장이 되었다는 소식에 BMW는 취임을 축하해주면서 그가’ 선의의 경쟁’을 펼치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낸다.

2004년 초, 전세계의 BMW팬들에게 애증의 대상이 되어버린 크리스 뱅글은 롤스로이스와 미니를 포함한 BMW그룹 전체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직책으로 승진하고 일일업무에서 일단 손을 띄게 된다고 발표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BMW 디자인 변화의 끝은 아니였다. 그동안 BMW의 급진적인 디자인 변신에 뱅글이 있었음은 확실하다.하지만 직접적으로 실무적인 차원에서 화제의 7씨리즈 외형 디자인과 최근의 6씨리즈 디자인을 담당했던 사람은 바로 미국에 있는 BMW의 자회사인 DesignworksUSA 사장이였던Adrian van Hooydonk으로 그는 이번에 뱅글의 승격과 함께 BMW 차량에 대한 디자인 총괄을 맡게 되었다. 즉, BMW의 디자인 변신은 끝나지 않았을 뿐더러 더 발전할 것이라는 반증이 아닐수 없다.

7. 루테, 11년후…
루테에게 있어서 비극의 날이 있었던지 11년이 지난 2001년 1월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Frankfurt)에서는 ‘유러몰드'(‘Euromold’)라는 디자인 및 제품개발과 관련된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고, 그곳 한 구석에서는 ‘Ro80클럽 독일’이라는 동호회의 한 멤버가 주최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전시회는 시대를 앞섰던 NSU사 Ro80차량의 디자인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일반 전시회보다 특별했던 것은 전시장에 놓여있던 푸르른 Ro80 한대보다는 이젠 백발의 노인이 되어버린 Ro80담당 NSU디자이너, 클라우스 루테 때문이였다.

참석자 한명이 그날 전시회에 참석한 루테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처음에 무뚝뚝해 보이던 그는 Ro80 전시차의 운전석에 앉아 핸들밑에 손을 내려놓고 무엇인가 회상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사람들이 차량 주변에 몰려들기 시작했고, 그에게는 수십년전 NSU에서 즐거웠던 그때를 회상하듯 어느새 얼굴에서 미소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십수년전 NSU 그리고 BMW에서 그가 디자이너였을때 수백장의 종이위의 고심한 흔적들이 기나긴 프로세스끝에 자동차라는 매체로 세상에 처음 보여질 때 희열들을 기억하듯, 루테의 미소는 전시장 불빛들 아래에서 유난히 빛나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