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군상(人間群像)의 모습은 너무나도 다양합니다.
천인만색(千人萬色)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한 사람이 가지는 색깔 또한 다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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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206개의 뼈와 650개의 근육, 1.9㎡의 피부, 12만㎞의 혈관 등으로 구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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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런 구성요소를 똑같이 갖춘 인간이라도 개개인의 성격은 너무도 틀리고, 한 인간이라도 상황과 환경변화에 따라 상반된 성격을 보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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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와 인간은 동류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동차는 피스톤 엔진블럭 휠 차대 연료라인 배선 등 2~3만여개의 부품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각 차종마다 너무도 다른 성격을 띄고 있고, 도로상황과 운전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인간과 꼭 닮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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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동변속기의 후륜구동 고출력 스포츠카는 운전자의 수준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며 어떤 차종은 일정 수준의 드라이빙 스킬과 해당 차종에 대한 경험이 없으면 쉽게 사고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GT계열 스포츠카

 

대표적인 스포츠카 메이커인 포르쉐의 911 카레라(Carrera), 벤츠 SL500 정도는 일정 수준의 운전실력만 있으면 큰 무리 없이 운전이 가능합니다. 단 과격한 조작은 없어야 한다는 조건이 따릅니다. 또 페라리 360모데나 혹은 550마라넬로도 어느 정도 GT(Grand touring-장거리 고속주행용)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실력을 벗어나는 과격한 조작만 하지 않는다면 보통 승용차 처럼 움직일 수 있죠.
대부분의 스포츠카가 GT 범주에 들기 때문에 방어운전을 제대로 수행할 정도의 운전자라면과연 내가 엄청난 출력의 스포츠카를 운전할 수 있을까하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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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 스포츠카

그러나 퓨어(Pure) 스포츠카나 수퍼카급에 근접한 차종은 왠만한 운전실력으로는 트랙에서 오히려 GT급보다 느린 랩타임을 기록하기도 하고 한 순간의 사소한 조작 실수로 코스를 이탈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자면 포르쉐 GT2, 엔초 페라리(F60), 람보르기니 디아블로, 닷지 바이퍼, 멕라렌 F1, 재규어 XJ220, 마쯔다 RX-7 등이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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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출력의 GT형 스포츠카는 운전실력이 보통인 일반인들에게도 판매해야 하기 때문에 운전이 너무 어렵다면 시장성이 떨어져서 메이커도 판매를 유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보통 승용차처럼 부드럽게 조작만 한다면 빨리 달리 수 있도록 설계되죠.
그러나 이런 GT카는 물리학적 한계가 보통 승용차에 비해 높지만 과격한 운전을 한다면 갑자기 괴수로 돌변합니다. 보통 400마력을 넘어서면 정지상태에서 갑자기 최대가속을 하면 차가 직진하지 못하고 게걸음을 치기도 하고 만약 스티어링휠이 약간 꺾어진 상태에서 그런 시도를 하면 제자리에서 스핀해버리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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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어 스포츠카는 이같은 현상이 더욱 심해서 코너에서 가속페달을 잘못 조작할 경우 곧바로 코스이탈로 이어집니다. 출력이 300~1000마력으로 워낙 높기 때문에 코너에서 시속 60km정도로 주행하다 그대로 풀악셀링을 시도한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 발생하죠. 보통 승용차라면 엔진소리가 우~~웅하고 높아지면서 그냥 가속이 붙는 상황이지만 이 녀석들은 타이어가 엔진의 힘을 이기지 못해 곧바로 휠스핀이 일어나며 극심한 오버스티어에 의해 후륜이 코너 바깥으로 빠지고 0.1초안에 대처를 못하면 스핀해버립니다.

GT와 퓨어 스포츠카의 출력이 비슷한데도 퓨어계열의 운전이 훨씬 까다로운 것은 일반 차종과는 다른 운동특성과 너무 예민한 가속페달 때문입니다.

단 예외로 로터스 엘리제와 같은 경량 퓨어스포츠카도 있습니다. 이들은 겨우 티코 무게인 670kg이라는존재의 가벼움때문에 120마력의 저출력으로도 퓨어 스포츠카의 전당에 이름이 올라갑니다. 0->100km 5.7초 수준이고 가벼움 때문에 뛰어난 핸들링을 보입니다.

양의 탈을 쓴 늑대

보통 세단 중에도 300~500마력에 이르는 BMW M5 M3, 아우디 S4 RS6, 미쓰비시 렌서 에볼루션 등이 있는데 고출력 GT에 준하는 운동성능을 지니고 있고 때로는 스포츠카와 동일시 되기도 합니다.
운전방법 역시 GT와 마찬가지여서 얌전하게 다독거리면 쉽게 움직여주지만 거칠게 대할 땐 곧바로 그 이상의 거칠음으로 보복을 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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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자에게 보통 승용차처럼 생겼다고 이런 차를 운전하라고 하면 엄청난 보험료 지불을 각오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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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의 조건

사실 특별한 드라이빙 테크닉이나 레이싱 테크닉을 습득하지 못한 운전자는 100마력짜리 소형 승용차도 한계까지 몰아댈 능력은 없습니다. 하물며 그런 운전실력으로는 GT 스포츠카가 가진 능력의 절반정도 밖에는 뽑아낼 수 없으며, 퓨어 스포츠카의 경우 3분의 1 이상의 능력을 뽑아내려고 시도했다가는 어떤 사태를 맞을 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렇듯 고성능 스포츠카는 타는 사람에 따라 순한 양이 되기도 하고 잘달리는 적토마도 되며,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사람의 손에 잘못 가면 우리에서 풀려난 야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만 주면 어떤 수퍼카라도 살 수는 있지만 운전실력이 뒷바침되지 못한다면 과시와 자기만족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봅니다.

 

 

 

 

석기자의 칼럼에서…….